[유튜피아]'가세연'도 제쳤다…유튜브 후원금 1위는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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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피아]'가세연'도 제쳤다…유튜브 후원금 1위는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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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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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0세기 대중문화의 꽃은 TV다. TV의 등장은 '이성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인간의 지성을 마비시켰다. '바보상자'라는 오명이 붙었다. 하지만 TV가 주도한 대중매체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우리 사회 곳곳을 바꿔놓았다. 21세기의 새로운 아이콘은 유튜브(YouTube)다. 유튜브가 방송국이고 도서관이고 놀이터고 학교고 집이다. 수많은 '당신'(You)과 연결되는 '관'(Tube)이 거미줄처럼 촘촘한 세상이다. '취향저격'을 위해 인공지능(AI)까지 가세했다. 개인화로 요약되는 디지털 미디어의 총아인 유튜브. 유튜브가 만든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적인 '멋진 신세계'일까.
 

지난달 국내 유튜브 시장에서 슈퍼챗 1위를 기록한 버추얼 유튜버 '신유야' (신유야 유튜브 채널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지난달 한국에서 가장 많은 생방송 후원금을 받은 유튜브 영상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다. 가상의 캐릭터를 내세운 '버추얼 유튜버'다. 라이브 영상 한 편이 기록한 유튜브판 별풍선 '슈퍼챗' 금액은 약 1600만원. 2위를 기록한 원로 가수 라이브 영상의 2배 이상이다.

12일 유튜브 통계 분석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시장 유튜브 라이브 슈퍼챗 1위는 버추얼 유튜버 '신유야'의 영상이다. 2위는 원로 가수 '수와진TV'의 라이브 콘서트 영상, 3위는 비트코인 방송이다.

버추얼 유튜버는 2D나 3D 캐릭터를 내세워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완전한 가상은 아니다. 캐릭터의 뒤편엔 사람이 있다. 컴퓨터 그래픽과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자신을 대리하는 일종의 아바타를 통해 방송을 진행하는 식이다.

기존의 한국 유튜브 판에서 슈퍼챗 상위권은 '가로세로연구소' 등 정치 유튜버들이 차지해왔다. 전체 채널 수익으로 따지면 이들의 수익이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이 같은 판에 균열을 가했다는 점에서 버추얼 유튜버 시장이 주목된다.

◇지난달 유튜브 슈퍼챗 1위~10위는 '버추얼 유튜버'

버추얼 유튜버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먼저, 가상의 캐릭터를 설정해 철저하게 캐릭터의 세계관, 문법에 맞게 이를 연기하는 방식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일종의 세계관 놀이와 유사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얼굴, 신상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자신을 대리하는 캐릭터를 내세우는 방식이 있다.

신유야는 전자다. 가상의 서울에 거주 중인 핸드폰 중독, 20살 신입 대학생, 오타쿠를 주제로 얘기를 나눌 사람을 찾아 방송을 시작했다는 설정을 갖췄다.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주제로 지난해 1월부터 방송을 진행해왔으며, 지난달 버추얼 유튜버를 '졸업'했다. 지난달 한국 슈퍼챗 수익 1위를 거둔 이유도 팬들이 졸업을 늦추기 위해 후원금을 지속해서 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당일 거둔 수익만 1600만원이 넘는다.

이 같은 흐름은 세계 시장으로 넓히면 더욱 눈에 띈다.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유튜브 라이브 슈퍼챗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버추얼 유튜버가 차지했다. 1위 라이브 영상 한 편의 슈퍼챗 수입은 약 1억7000만원이다. 가상의 캐릭터를 주축으로 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 셈이다.

◇'가상 인간'과 달리 기술력보다 세계관 중요

버추얼 유튜버는 가상의 캐릭터를 주축으로 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휴먼' 혹은 '가상 인간' 개념과 혼용되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다른 장르다. 최근 한 보험사 TV 광고에 등장한 '로지' 등 가상 인간은 3D, AI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정교함이 강조된다.

반면, 버추얼 유튜버는 일본 애니메이션, 게임 등 서브 컬처에서 파생된 캐릭터 산업에 가깝다. 기술적인 수준은 떨어져도 세계관을 정교하게 갖춰 오타쿠들의 팬심을 저격하는 게 관건이다. 처음 버추얼 유튜버라는 정체성을 내세운 것도 2016년 일본의 '키즈나 아이' 채널이다.

 

 

 

 

 

2016년 세계 최초 버추얼 유튜버로 등장한 '키즈나 아이' (키즈나 아이 유튜브 채널 갈무리) © 뉴스1

 

 


평소 버추얼 유튜버 콘텐츠를 즐겨 보는 30대 직장인 신우섭씨는 "실제 사람이라면 기대했다가 다칠 수 있지만, 가상이니까 마음을 다 할 수 있다"며 "애니메이션 캐릭터에도 빠지는데 버추얼 유튜버는 실시간 소통을 하면서 더 몰입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매체 BBC는 "버추얼 유튜버의 부상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애니메이션 같은 일본 미디어와 문화에 관심있는 거대한 청중"이라고 짚었다. 또 다음 세대들은 아바타와의 소통에 더욱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자리잡아 가는 '버추얼 유튜버'

국내에서도 버추얼 유튜버는 콘텐츠 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에서 운영하는 '세아'가 있다. 세아는 국내 첫 버추얼 유튜버다. 2018년 자사 게임 '에픽세븐'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먹방, 일상 브이로그 등 실제 유튜버 활동을 이어가며 현재 7만4800명의 구독자를 갖췄다. 지난해 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전속 계약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첫 버추얼 유튜버 '세아' (스마일게이트 제공) © 뉴스1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세아는 실질적으로는 성우가 참여하는 게 맞지만, 하이테크놀로지 AI를 표방한다. 세아 뒤의 성우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다. 세아는 세아일 뿐 시청자에게는 하나의 세계관이다"며 "세아는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모토로 방송 수익금을 모두 사회 공헌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게임 '비트세이버' 방송을 진행하는 맥큐뭅, 빨간 악마 캐릭터를 내세워 주로 영어 회화 콘텐츠를 올리는 '알간지'는 각각 구독자 110만, 62만 이상을 기록하며 버추얼 유튜버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한 MCN 관계자는 "가상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고 앞으로도 모호해질 것"이라며 "현실에서도 가상의 세계관 컨셉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버추얼 유튜버 시장의 관건은 몰입감을 잘 살리는 세계관 싸움이며 시청자를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파이가 큰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트렌드 2021'의 저자인 김경달 네오캡 대표는 "버추얼 유튜버는 캐릭터 놀이라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실질적 대상을 갖고 인식하고 소통하고 인터랙션 하는 게 당연한 흐름이 있었다면, 그 틈새에서 인터랙션을 강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소비하는 것"이라며 "어떤 사람에게는 버추얼 유튜버 같은 형태의 인터랙션이 더 좋은 경험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사이버가수 아담 등 과거에는 캐릭터 설정과 완결성 등이 떨어졌다면 최근에 나오는 것들은 이전보다 완결성이 강화된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며 "유튜브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매개로 가상의 캐릭터로 소통하는 문화가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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